물 좋은 스팟

느그들 고소동 안 가보고 여수 다 봤다 하지 말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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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수달
2026-07-04 · 5분 읽기
물 좋은 스팟 · 여수
계단 오른 만큼,
바다가 넓어진다

여수 여행 오면 다들 케이블카부터 탑니다. 자산공원 승강장에서 표 끊고 쭉 올라가 오동도까지 왕복하고 나면, 그걸로 여수 하나는 봤다 싶어서 숙소는 엑스포나 시내 쪽으로 잡죠. 그런데 그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아래 언덕에, 고소동 벽화골목이라는 동네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담벼락마다 그림이 그려진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창밖으로 여수 앞바다가 통째로 걸리는 방들이 있어요. 저는 오십 년 동안 이 언덕을 올려다본 수달인데, 오늘은 그 골목에서 하룻밤 자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고소동, 벽화 따라 오르는 언덕

고소동은 원래 여수항을 오가는 뱃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습니다. 언덕이 가파른 탓에 집들이 계단처럼 차곡차곡 붙어있고, 골목은 사람 한둘 지나갈 만큼 좁아요. 몇 해 전부터 낡은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벽화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그림 하나하나가 화려하다기보다는 동네 살림살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소박합니다. 빨래가 널린 마당 옆에 그림이 있고, 그림 옆에 다시 진짜 화분이 놓여 있는 식이에요. 관광지처럼 꾸며놓은 골목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이 사는 동네 그대로라서, 걷다 보면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들도 만납니다. 이 골목이 특별한 건 벽화 때문만은 아니에요. 고도가 있는 동네라 골목 끝까지 오르면 여수항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케이블카 자산공원 승강장이 이 언덕 바로 위쪽에 있어서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이나 내려오는 길에 잠깐 들르기도 좋습니다. 실제로 케이블카를 타기 전, 언덕 중턱의 '카페 포'에서 바다를 보며 쉬었다 가는 여행자들이 꽤 있어요. 카페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케이블카 창밖 풍경 못지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계단 몇 개를 오른 게 아니라, 여수 앞바다를 통째로 오른 거다.

— 🦦 수달

창 하나가 오션뷰, 언덕 스테이

고소동 언덕에는 오래된 집을 고쳐서 만든 작은 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곳 있습니다. 큰 프랜차이즈 호텔처럼 시설이 화려하진 않아요. 방은 대체로 작고, 계단을 몇 층 올라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 그 수고를 채워주는 게 창밖 풍경이에요. 창문 하나, 혹은 옥상 평상 하나가 그대로 여수항 뷰가 됩니다. 낮에는 케이블카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저녁에는 해가 바다 쪽으로 넘어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듭니다. 밤이 되면 풍경이 또 한 번 바뀝니다. 항구에 불이 켜지고, 케이블카 승강장 조명과 배들의 불빛이 물 위에 흩어져요. 도로변 낭만포차거리처럼 시끌벅적한 야경은 아니지만, 언덕 위에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밤바다도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방음이나 냉난방 같은 기본 시설은 집집마다 다르니, 예약 전에 후기를 한 번씩 챙겨보는 게 좋아요. 오래된 동네를 고쳐 쓰는 곳이라 시설보다는 분위기와 뷰로 골라야 후회가 없습니다.

관광객 코스 vs 하루 자는 코스

대부분의 여행자는 케이블카만 타고 내려옵니다. 자산공원 승강장에서 표를 끊고 오동도까지 왕복한 다음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죠. 그러면 이 골목은 그냥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동네로 남습니다. 저는 여기서 하루 묵어보길 권합니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최초의 해상 케이블카라는 타이틀답게 낮과 밤, 일몰 무렵 풍경이 다 다른데, 그 변화를 골목 위에서 지켜보는 건 케이블카 안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거든요. 하룻밤 묵으면 하루에 두 번, 다른 표정의 바다를 만납니다. 늦은 오후 카페 포 자리에서 노을이 내려앉는 걸 보고, 저녁을 먹고 돌아와 옥상에서 항구 불빛을 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커튼을 걷으면 밤새 조용해진 항구가 안개 사이로 다시 나타나요. 케이블카도 이른 시간에는 사람이 적어서, 전날 붐볐던 것과는 다른 한적한 풍경으로 다시 탈 수 있습니다. 같은 케이블카, 같은 바다인데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되는 거예요.

관광객 코스케이블카만 타고 내려오는 당일 코스
수달 코스언덕 골목에서 하룻밤 묵는 코스
VS

언제, 어떻게 묵으면 좋은가

고소동은 계절보다 시간대가 더 중요한 동네입니다. 해 질 무렵부터 저녁까지가 가장 풍경이 좋고, 반대로 한낮에는 그늘이 적어 언덕을 오르내리기 조금 덥습니다. 여름이면 이른 아침이나 해 진 뒤에 골목을 걷는 걸 추천해요. 골목이 좁고 계단이 많은 동네다 보니, 캐리어보다는 가벼운 가방이 훨씬 편합니다. 차를 가져온다면 언덕 아래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는 편이 골목 안쪽 주차난을 피하는 방법이고요. 동네 자체가 아직 조용한 주거지라, 늦은 시간 큰 소리로 떠들거나 남의 집 담벼락 그림만 찍겠다고 마당 안까지 들어가는 건 삼가주세요. 벽화 구경도 좋지만 여기는 여전히 사람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동네입니다. 그 예의만 지키면, 고소동은 여수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바다가 잘 보이는 하룻밤을 내어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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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팁 · 골목이 가파르고 계단이 많아 캐리어보다 가벼운 배낭이 편합니다. 차는 언덕 아래 공영주차장에 두고 걸어 올라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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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만 타고 가지 말고, 딱 하루만 이 언덕에서 자보랑께. 아침 바다는 또 다른 얼굴이여.
#고소동#벽화골목#카페포#케이블카뷰#언덕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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