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엔 승병들 이야기가 살아있당께
안녕하세요, 저는 여수 바다에 사는 수달이에요. 오늘은 여수 사람들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바로 영취산 자락에 자리한 흥국사인데요, 이름은 익숙해도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이 이야기를 알기 전까지는 그냥 오래된 절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알고 나니까 여수를 조금 더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바다를 끼고 사는 저한테는 산자락에 자리한 절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한데, 막상 들여다보니 바다와 산이 서로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여수를 걷는 발걸음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실지도 몰라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여러분과 천천히 나눠볼게요.
영취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절
흥국사는 여수의 영취산 자락에 자리잡은 사찰이에요. 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용하고 차분한 기운이 감도는데, 그 안에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게 걸을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껴지곤 해요. 언제 처음 지어졌는지는 사실 자료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정확한 창건 연도를 하나로 못박아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만큼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지켜온 절이라는 뜻이겠죠.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확한 숫자 하나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온 존재감 자체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정확한 창건 연도를 콕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여러 시대를 거쳐온 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절은 그냥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던 게 아니라, 여수 역사의 굵직한 순간에도 함께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절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종교적인 장소를 넘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함께 흘러온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에서도 여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가 바로 임진왜란 때의 이야기예요.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절에는요, 그만큼 많은 이야기도 함께 쌓여 있는 것 같아요.
— 🦦 수달임진왜란과 의승수군, 흥국사에 전해지는 이야기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시기, 흥국사에는 의승수군이라 불리는 승병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승려들이 그냥 절 안에서 조용히 수행만 한 게 아니라, 나라가 위태로울 때 직접 몸을 일으켜 이 절을 거점으로 활동했다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참 뭉클해지더라고요. 평소에는 기도하고 수행하던 분들이, 나라가 어려워지니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나섰다는 거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수군과도 힘을 합쳤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있고요. 바다를 지키던 수군과, 산자락의 절을 지키던 승병들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는 이야기는 생각할수록 여수답다는 느낌이 들어요.
생각해보면 절이라는 공간은 보통 조용히 기도하고 수행하는 곳으로만 떠올리기 쉽잖아요. 근데 흥국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절에는 절도 나라를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섰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물론 오래된 이야기이다 보니 세세한 부분까지 다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히 몇 명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까지는 저도 다 알지 못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무겁게 다가오더라고요. 흥국사 앞을 지날 때면 저는 종종 그때 그 승병들이 걸었을 법한 산길을 상상해보곤 해요. 지금은 이렇게 평화롭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지만, 그 시절에는 이 길을 오르내리며 다들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지금도 여수를 지키고 있는 흥국사
그 시절의 이야기를 품은 흥국사는 지금도 여수를 대표하는 전통 사찰로 남아 있어요.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경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오래된 기와지붕 위로 스치는 바람 소리랑 은은한 향 냄새가 함께 느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절이 그냥 옛날이야기 속에만 남아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실감 나더라고요. 그때 그 승병들이 지키려고 했던 자리가 지금도 이렇게 남아서, 여수 사람들과 여수를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게 참 뭉클하게 느껴져요.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 절이 참 대단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오래된 장소들을 볼 때마다,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를 한번 더 생각해보게 돼요. 흥국사도 그런 곳 중 하나예요. 정확한 연도 하나하나를 다 알지는 못해도, 이 절이 여수와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승병들이 지키려 했던 게 꼭 절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 시절 여수 사람들의 삶, 그리고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 전체였겠죠. 다음에 여수에 오시면,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마시고 이 절이 품고 있는 시간을 한 번쯤 떠올려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그때 그 이야기를 한 번씩 되새기곤 하거든요. 바다에 사는 저한테도, 산자락의 이 절 이야기가 이제는 꽤 가깝게 느껴져요.
수달의 팁 · 흥국사에 가게 된다면 영취산 자락의 고요한 분위기를 천천히 느껴보면서, 이 절이 품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보는 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