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백도, 밟아보진 못해도 눈에는 제대로 담기는 섬이랑께
여수에서 배를 타고 거문도까지 간 다음, 거기서 다시 배를 갈아타야 만날 수 있는 섬이 있어요. 이름은 백도(白島). 상백도와 하백도, 이렇게 두 무리의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모여 이루어진 무인도 군도로 알려져 있는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안에서도 유난히 신비로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곳이에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다 보니 평소엔 잘 알려지지 않다가, 유람선을 타고 그 앞을 지나가 본 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거문도 갔으면 백도도 꼭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곤 한다고 해요. 지도를 펴놓고 보면 여수 본섬에서도, 심지어 거문도에서도 한참을 더 나가야 하는 위치라, 웬만큼 마음을 먹지 않으면 쉽게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백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녀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은근히 뿌듯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오늘은 수달이 이 신비로운 무인도, 백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드릴게요.
흰 빛으로 새겨진 이름
백도라는 이름은 섬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의 빛깔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깎이면서 만들어진 기암괴석들이 흰빛이 도는 대리석질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섬 전체가 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흰 섬', 즉 백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답니다. 실제로 유람선을 타고 가까이서 보면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솟아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여행객들 사이에서 종종 전해지는 편이에요. 어떤 바위는 탑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고, 또 어떤 바위는 넓적하게 누워 있어서, 같은 섬인데도 보는 방향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오랜 시간 파도가 빚어낸 조각 작품을 마주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섬의 생김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가까이 가도 발 디딜 수 없는 섬
백도는 여수 본섬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고, 보통은 거문도를 거쳐 유람선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백도는 다른 섬들처럼 배를 대고 내려서 걸어 다니는 곳은 아니라고 해요. 기상 상황이나 파도 높이에 따라 직접 상륙이 쉽지 않은 날이 많아서, 배를 타고 섬 주변을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방식, 이른바 선회 관광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져요. 그래서 백도 여행은 '섬에 오르는 여행'이라기보다 '섬을 바라보는 여행'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가 바위섬 사이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 보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더라는 후기도 종종 들려온다고 해요. 날씨 운이 따라줘야 배가 뜨는 날도 있다고 하니,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먹고 떠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직접 밟을 순 없어도, 배 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압도되는 섬이 있다. 백도가 딱 그런 곳이다.
— 🦦 수달그대로 남아 있어서 더 특별한 이유
백도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무인도이다 보니, 원래의 자연 모습이 비교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 덕분에 개발이나 시설 없이 섬 본연의 바위와 식생, 그리고 그 위를 오가는 새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편이라고 해요. 사람이 쉽게 드나들지 못하는 섬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섬을 지금의 모습으로 지켜준 셈인 거죠. 흔한 관광지처럼 정비된 산책로나 편의시설이 없는 대신, 파도와 바람과 새소리만 남아 있는 섬이라고 상상하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요즘 세상엔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백도는 그런 귀함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는 섬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굳이 애써서 지키려 하지 않아도, 사람이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확실한 보호막이 되어준 셈인지도 모르겠어요.
거문도 여행 일정을 짤 때, 백도는 종종 '갈 수 있으면 좋고, 못 가도 아쉽지 않은' 코스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막상 유람선 위에서 마주하면 생각보다 훨씬 인상 깊다는 후기가 많다고 해요. 파도 위로 우뚝 솟은 하얀 바위섬들을 눈에 담고 나면, 왜 사람들이 굳이 시간을 내서 이 먼 바다까지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섬이 주는 낯설고도 웅장한 느낌, 그건 아마 사진 몇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을 것 같아요. 거문도까지 갔는데 백도를 못 보고 돌아왔다며 아쉬워하는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날씨가 도와줘서 제대로 한 바퀴 돌고 왔다며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여수 여행에서 조금 특별한 하루를 만들고 싶다면 마음에 담아둘 만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수달의 팁 · 백도는 날씨와 파도 상황에 따라 운항 여부나 상륙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거문도에서 유람선을 알아보실 때 미리 운항 상황을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배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편이라 멀미가 걱정되신다면 미리 대비해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